사진/짧은글 긴여운
소리 없는 그림자/이진원
한계(閑溪)
2013. 3. 26. 18:09
소리 없는 그림자 / 이진원
물이 올라 통통한 짙은
그림자
고요한 달빛 일어서는 지팡이
또렷한 영(靈) 없는 흑백 사진
어렴풋이 떠오르는 굵은 먹선
달빛 따라 소리없이 그려진다
추억의 소담 서린 오솔길
되돌릴 수 없는 꽃마차
지워지지 않을 백색 발자국
하얀 목련꽃
가지 끝 종 바람에 울릴 때마다
넓은 이마 조아린 어린 소년
멀리멀리 날리어 가지
못하고
차디찬 아이스크림 녹듯
발밑에 툭툭 떨어지는 꽃잎
소리 없는
그림자
울타리에 걸쳐있는 잿빛 추억
일렁이는 바람에 잔물결 친다.
사진:2013년 3월26일 김해 낙동강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