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유세상
보낼수가 없었어
한계(閑溪)
2014. 7. 18. 16:29
보낼수가 없었어
상아 반 정호
청명한 날씨처럼 우리의 만남은 그랬어
재미있는 한편의 영화처럼 한 장의 책장처럼
시야를 벗어나는 것조차 갈증을 느꼈어
무어라 형언키 어려운 안타까움이
그곳에 머물고
뒤돌아보는 마음에는
애잔함이 물결처럼 잠들었어
유행가 가사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마주서서도 만져보는 그리움의 갈증은
몽유병 환자처럼 멈춤을 몰랐었지
결코 떠나지 않는다는 약속을
천번만번 수 만 번을 하고
언약의 손가락을 매일 걸든 우리.
그것은 한낱 바람 같은 허상이었지
냉정한 바람이 가슴속에 심하게 불던 날
그대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고
수많은 날들 앞에
태산만큼 높은 탑을 쌓은 언약은
놓쳐버린 공깃돌처럼 먼지 같은 세월에 뒹굴고
이끼 속에 감춰진 물방울처럼
조용히 흐느낌만 남았지
추억을 집어 들고
눈물로 반죽을 하는 아픔은
하이네의 고독을 그대로 본받는 쓸쓸한 마음이고
독백의 노래는 장송곡葬送曲으로 전락한 채
여름날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처럼
철없는 사랑임을 돌아보았지
보내야 하는 아픔은 애잔한데...
팔 끝에 감아 도는 공기는
온화한 그대의 사랑이 숨쉬고
멈출 수 없는 미련이 잠들 듯 밀려와
썰물처럼 빠져 나가려 하나
보낼 수가 없었어
가슴에 남은 온기溫氣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상아 반 정호
사진:동래민속예술축제(동래야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