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적으로 진리를 절대적인 가치인 眞, 善, 美 중 眞을 뜻하기도 하고, 삶(실재)과 사유의 일치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그러한 진리를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함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諸行無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行’이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제행무상이란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은 늘 그러하지 아니하고 변한다. 고 합니다.
제행무상과 더불어 우리는 인생무상을 이야기 하면서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허무주의로 흐를 때는 우리의 삶은 부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흔히 ‘불교는 허무주의다’ 식으로 역사적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최종적인 가르침은 삶의 부정이 아니라, 그 부정을 통하여 절대 긍정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알아야 정확한 불교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무상이므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지지 않은 것은 무상이 아니라 常이며, 그 常의 세계가 열반涅槃의 세계인데, 무릇 무상無常한 이치를 아는 사람이 번뇌망상煩惱妄想이 일어나지 않는 열반涅槃의 세계에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무상의 이치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봅시다. 일본의 철학자 타니 타다시는 <무상 철학>에서 “존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전 순간과의 동일성을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즉, 존재는 스스로 차이화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신체를 예를 들면, 의학적으로 혈관 내부와 외부의 농도와 압력이 동일하고 안정되게 유지되는 상태가 되면 그게 곧 ‘죽음’이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신체는 안정이 아니라 스스로 불안정이라는 변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살아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인데, 존재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존재를 존재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상의 의미에 대하여 늘 우리라는 주체를 먼저 상정하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가 변한다고만 생각하고 그 변화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우리를 존재케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라도 무상의 법칙에 따라 유아기, 청소년기, 청․장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이릅니다. 사람의 일생 중 어느 시기가 가장 고귀한 시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아마 누구라도 특정한 어떠한 시기가 고귀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일본의 조동종의 시조인 도겐선사는 <정법안장>에서 “有時”라는 표현을 통해 어떠한 사물이라도 각각의 순간에서 그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들에 핀 이름 모를 꽃이나 집안의 정원에 핀 꽃이나 그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뿐 아니라, 같은 꽃에서도 꽃이 피기 전이나, 꽃이 핀 순간이나, 꽃이 떨어진 순간이나 각각 고유한 가치가 있지 특히 어떠한 순간이 가장 고귀하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상의 의미로부터 변화가 우리의 생명의 원천이며 또한 우리는 우리의 생에 있어서 가장 고귀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은 항상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도겐선사:일본 불교의 한 부류인 조동종(曹洞宗)의 개조. 대표적인 <정법안장(政法眼藏)>에 조동종의 중심 사상이 담겨 있다. 만일 일본에 국가 대란이 발생해 가장 귀한 물건 하나를 해외로 이동시켜야 한다면 일본인들은 <정법안장>을 첫째로 꼽는다 한다. 이 책은 일본 불교가 낳은 가장 우수한 문헌 중 하나로 일본인이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을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손간 접촉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며 부처님이 말씀하였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 수 있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라는 명제뿐이다.
-다니엘 벨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웬만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굳건한 바위도
비바람에 조금씩 깍이고 침식당하지요.
영원하리라 믿고 맹세 했던 사랑도
세월이 지나면 변하게 마련입니다.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변하지 않을 거라 밑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허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떡하겟습니까?
자연의 이치가 그렇고 순리가 그런 것 을..........
그러니 우리는 이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세상은 변한다'는 이치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남해문수선원 화방사 연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