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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의 미는 무엇인가?

한계(閑溪) 2012. 1. 10. 17:47

문화예술계 47명을 대상으로 한국미의 근원, 한국미의 정체성을 탐구해본 이번 특별기획은 여타 다른 앙케트와 같이 통계에 의거하여 한국미를 대표하는 작품 및 가치에 경중을 두는 작업이 아니다. 이번에 논의된 한국미는 오늘의 문화예술이 큰 맥을 형성하길 바라는 현대인의 진한 바람의 표상일 것이다.

 

 

 

 

 

 

 

 

한국의 미는 무엇인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흐르는 우리 미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비트와 디지털 이미지로 인해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마저 새로워진 지금 한국미에 대한 고찰은 어느새 낯선 명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구석기시대에 서북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한 후, 장구한 시간 동안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생명력을 지켜온 우리만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향한 물음은 시대를 초월한 지상명제일 것이다. 더구나 시베리아 토속신앙에서 영향을 받은 선사시대, 불교신앙에 좌우되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새로운 미의식을 불러일으킨 유교사상에 기반을 둔 조선시대 등 큰 획을 긋는 시대 변화에서도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미의 근원을 찾는 일은 당연하다 하겠다.

한국미의 정체성 문제는 우리 민족 뿌리의 탐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미술의 뿌리가 한반도를 거쳐간 사람들의 역사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우리 문화를 중국문화의 아류로 폄하하는 서구의 시각을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했기에 그 중요성은 더할 것이다. 4∼5세기 불교가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중국의 영향을 받기 전 이미 우리 민족은 중국과는 구별되는 높은 수준의 선사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우리 문화의 모태인 선사문화는 중국문화로 동화되는 것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고, 유입된 중국문화를 창조적 변용의 타산지석으로 삼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중국과 일본과의 피할 수 없는 관계 역시 한국미를 밝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미는 우리 스스로의 애정 어린 관찰이 결여된 채 외부(타자)에 의해 규정된 언술체계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그 대표적 경우다. 그러나 무한하며 절대적이고 깊이 있는 조선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미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재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연의 미’, ‘미 이전의 미’등 그 동안 우리 의식에 별탈없이 자리잡았던 한국미의 정의를 깊이 있게 파헤치고 있다. 이는 곧 소재와 기법에 갇혀버린 한국의 자연미에 생명력을 찾아주는 작업이며,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감당해야할 몫인 것이다.

 

 

 

 

 

한국미의 근원을 찾아

문화예술계 47명을 대상으로 기획되어 한국미의 근원, 한국미의 정체성을 찾는 이번 특별기획은 여타 다른 앙케트와 같이 통계에 의거하여 한국미를 대표하는 작품 및 가치에 경중을 두는 작업이 아니다. 이번 특별기획은 거대한 ‘초현대적 가치’의 물결로 가득한 지금, 한국미를 재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때마침 세계는 서양의 도도한 흐름만이 물결치던 20세기를 지나 동양의 새로운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는 21세기에 놓여 있다. 이는 곧 서양 독점의 세계관과 미의 패러다임을 지나 동양과 서양의 균일한 혼재를 예상케 한다. 그러한 혼재 속에 하나의 중심을 이룰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한국미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당초 이번 기획은 미술계(1부)와 문화계(2부)로 나누어 진행하고자 했다. 각각 그들이 속한 영역이 한국미의 근원에 관한 그들의 생각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본 한국미의 근원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하나로 귀결되었고, 이는 그들을 다르게 묶을 수 있는 기준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하였다. 앙케트의 형식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조사 대상 : 전국의 미술관 및 박물관장·대학 교수·작가·미술이론가·방송인·시인·건축가 등 문화예술계 95명(응답 47명)

(2) 조사 방법 :‘한국미의 근원(정체성·전형·뿌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5점과 그에 대한 단평

(3) 조사 기간 : 7월 10일 ∼ 22일

응답 분석 결과, 이 시대 47명의 문화예술인들은 한국미의 근원으로 ‘인간미’, ‘단아함’, ‘융통성과 넉넉함’, ‘자연미(자연스러움)’, ‘자연과의 합일정신’, ‘순박함과 소박함’, ‘웃음과 해학’, ‘간절함’, ‘잔치성(축제성)’, ‘모자라는 듯 하면서 넘치지 않는 중용의 미’, ‘정제된 담백함’, ‘탈격의 미’, ‘여백의 미’, ‘대범함과 역동성’, ‘배려의 미’, ‘은근함’, ‘곡선미와 대칭미’, ‘기운생동’, ‘순수성’, ‘ 전아(典雅)·호방(豪放)·충담(沖澹)·부귀미(富貴美)’, ‘융합성과 다양성’, ‘샤머니즘적(주술적) 정서’, ‘소거의 미’ 등을 꼽았다.

 

 

 

 



한국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5점의 작품을 추천받은 결과, 위엄과 자비의 조화 아래 마치 살아있는 듯한 정교한 표현이 단연 돋보이는 석굴암(16명)이 한국미의 근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첫 손에 꼽혔다. 웅장하면서도 세련되고 사실적이면서도 우아한 석불의 미가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양쪽 눈썹과 콧등으로 이어지는 선의 아름다움, 보는 이를 명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국보 83호 신라금동미륵반가상(7명)과 예리하면서도 힘찬 필세로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태극 형상으로 압축하여 한번에 내려다본 정선의 <금강전도>(6명)도 그 뒤를 이으며 한국미의 근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백제미술의 섬세함과 따뜻한 인간미로 세상사에 찌든 우리의 넋두리를 말없이 들어줄 것 같은 서산마애삼존불, 은은하고 유연한 곡선의 흐름, 맑고 낭랑한 긴 여운으로 우리를 울리는 성덕대왕신종, 인위적 장식을 배제한 채 한국미의 우아함과 격조가 가득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조선 중화주의에서 비롯되어 백자미학의 정수라 칭함 받는 백자 달항아리, 화려함의 절제 속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평안을 안겨주는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 신명과 해학을 안겨주는 김홍도의 <풍속화첩>, 조상들의 일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민화(이상 4명) 역시 한국미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청동기다뉴세문경, 백제용봉문대향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 미의 순수함의 상징이자 풍요를 기원했던 주술의 상징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어 시원하고 활달한 문양을 자랑하는 분청사기, 이름만큼이나 차가운 풍경 아래 우리 선조들의 간결미와 선비 정신을 보여준 김정희의 <세한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충만한 문기(文氣)로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정선의 <박생연>, 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어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부석사 무량수전, 지리산 벽송사 목장승, 지금도 그 현대적 조형미와 과학성을 자랑하는 한글·훈민정음(이상 3명) 역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미의 새로운 앎을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고인돌, 그릇 안팎을 온통 붉은 안료로 덮어 벽사적 기능을 수행하던 붉은 간토기, 천마도, 기교·왜곡·과장됨 없이 최대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뽐내는 청자과형병, 소박함과 순박함의 빛깔을 지닌 백자, 한국적 조형언어와 시각형식으로 형이상학의 세계를 그려낸 고려불화, 유려한 아름다움과 대범함으로 이름난 정선의 <인왕제색도>, 유난히 뚜렷한 우리의 계절적 세정 속에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운 신윤복의 <단오풍정>, 김홍도의 <화성능행도>, 주거에 대한 우리 민족의 사상이 응축되어 있는 종묘 정전, 천불천탑의 염원과 하늘을 향해 나란히 누운 와불과 함께 꿈을 꾸어보는 운주사, 원초적인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채 무덤을 지키고 마을을 수호하던 제주도의 동자석, 자연스럽고 순리적인 그러면서도 강인했던 민중의 성정이 담겨있는 조선시대 사발(이상 2명) 등도 한국미의 정체성을 간직한 우리 민족의 자랑으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선정된 작품들은 국내 각 박물관 및 미술관의 협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다. 사진작가 김대벽·배병우·안장헌 씨와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이 사진자료를 제공했다.

‘안다’는 행위는 잊혀졌거나 숨겨져 있던 잠재적 의미의 재구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의식 속에 실재하는 ‘앎’에 또 하나의 앎을 더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있는’ 한국미에 관한 기존의 인식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부재하는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 현실 속에, 문화예술계 47명이 논의한 한국미는 오늘의 문화예술이 큰 맥을 형성하길 바라는 진한 바람의 표상일 것이다.

부디 이번 특별기획이 이미 알고 있는 한국미에 새로운 앎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미의 보이지 않는 힘을 보이게 하는 일, 그것은 바로 한국미에 대한 단상만으로도 이미 가슴 한켠이 저려오는 우리의 의무이다.

 

 

 

 

 

 

 선정된 작품

석굴암, 국보 83호 신라금동미륵반가상, 정선의 〈금강전도>, 서산마애삼존불, 성덕대왕 신종,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 달항아리, <수월관음도>, 김홍도의 <풍속화첩>, 민화, 청동기다뇨세문경, 백제 용봉문대향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분청사기, 김정희의 <세한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정선의 <박생연>, 부석사 무량수전, 지리산 벽송사 목장승, 한글·훈민정음, 고인돌, 붉은 간토기, <천마도>, 청자과형병, 백자, 고려불화, 정선의 <인왕제색도>, 신윤복의 <단오풍정>, 김홍도의 <화성능행도>, 종묘 정전, 운주사, 무덤과 마을을 지키는 제주도의 동자석, 조선시대 사발, 청동제 팔주령, 토제 마두형 리이톤, 신라의 금관, 송국리형토기, 토기거치문대부장경호, 백제 와당, 무덤에 순장한 목용·토용·도용, 신라시대 출토 곡옥의 곡선, 팔만대장경, 간돌칼, 백제 산수문양전,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토우, 사람 얼굴 무늬 수막새, 청동비로자나불상, 미완성 불상, 미추왕능 출토 금제귀면 장식, 백제의 불상, 돌도끼, 여러 민불, 바위 그림에 보이는 신화세계의 사람들, 울주 천전리 암각화, 고려 양전동 암각화, 바위 그림, 고구려 오회분 4호명, 고구려 고분벽화 중국 지안 오회분 4호묘와 5호묘, 고구려 고분벽화 장천 1호분,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 벽화, 고구려 고분벽화 강서대묘 사신도, 고구려 벽화, 청자진사채연화문표형주자, 분청사기인화문장군, 분청사기 조화어문편병, 분청사기 조화선문편병,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 분청조화쌍어문편병, 백자철화포도문호, 백자포도문대호, 백자소문대항, 백자청화난죽문팔각병, 청화백자철채 난초청랑자문병, 일본 정가사 고려불화, 이정의 <풍죽>, <동궐도〉, <정조 육행도>,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김정희의 <부작란도>, 김정희의 <명선>, 이인상의 〈설송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김득신의 <파적도>, 정선의 <통천문암>, 김홍도의 <군선도>, 김진여의 <기사계첩 어첩봉안도>, <기사계첩 기신초상>, 신윤복의 <무악도>, 신윤복의 <미인도>, 민화 <까치 호랑이>, 민화 <화조도>, 수덕사 대웅전, 창덕궁 내 연경당, 덕수궁 중화전, 무녕왕릉 내부, 신라의 석탑, 불국사 석가탑, 경주고분군, 다보탑, 감은사지탑, 경주 남산

 

 

 

 

 

 

~끝~ 

 

 

 

 

 

 

 

 

 

 


 

출처 : 돌, 바라기
글쓴이 : 다원(김명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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